[알바 후기] 중국집 설거지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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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서 이것저것 알바를 해 왔다. 큰 돈이 되지는 못했지만 소소한 용돈과 소소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 졸업을 하고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게 되면 알바를 할 일은 많지 않을 것 같다(파트타임이나 주말 일을 알바라고 한다면야 할 수 있겠지) 그 동안 해온 알바를 시간 순서대로 되새겨 보고자 한다.

     

      

    1. 중국집 알바

     

    우선 월급 인증. 한달 하고도 일주일? 정도 일한 것 같다.

     

    : 2015년 초 추웠던 겨울

    거리: 버스 이용 40분 남짓

    시급: 6000, 일하다가 6500원으로 올려줌.

     

    난생 처음으로 해 본 알바였다. 수능 끝나고 몇 주 후에 바로 지원했다고 생각했는데 통장 내역을 보니 2 14일에 월급을 받았다. 1월 초쯤부터 시작한 걸 보니 논술과 학교 최종 발표가 끝난 시기에 지원을 한 것 같다. 재수학원 등록 직전에 한 달 조금 넘게 시간이 비어서 아무 알바라도 해 보려고 알바몬에 단기가 가능한 알바는 다 지원했던 것 같다.

     

    족발집 서빙 알바에 지원하면서 현재 나는 만 18? 로써 법적으로 알바가 가능한 나이임을 구구절절 어필했던 것도 기억난다. 이미 사람이 구해져서 나중에 연락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처음 면접을 보러 가서 식료품 창고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님 직업, 나이 형제관계 등의 이야기를 물어봤고(나중에 돌아보니 신상만 캐는 요지없는 질문이었다) 한 달여간만 일이 가능하다는 게 제일 걸리신다고 했지만 결국 합격 통보를 받았다.

     

    주말 이틀 동안 9 to 9, 하루 12시간 근무를 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첫 알바라 긴장해서 열심히 했다. 가족이 네가 하루 열두시간 몸 쓰는 일을 감당 못할 줄 알았다고 했는데, 나도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주방에는 요리하는 파트(사장님, 면장님 두명 근무)설거지 파트()가 있었다. 홀에는 서빙 이모님 한 분이 계셨다. 나는 커다란 개수대 두 개 앞에 서서 일했다. 오른쪽은 설거지가 1차로 들어오는 곳, 왼쪽 개수대는 수세미질을 한 후 헹구는 물이 담겨 있었다.

     

    양파 까기도 내가 전담이었다. 설거지가 없으면 처음 면접을 봤던 창고에서 양파포대를 꺼내 양파껍질을 벗겼다.

     

    배달 주문 전화받기도 내 담당이었다. 주방 혹은 창고에 있다가 전화벨이 울리면 잽싸게 튀어가서 전화를 받아야 했다. 저녁 시간에는 왔다갔다하기 장난이 아니었다.

     

    첫 알바라 부족한 점이 많았다. 또한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던 열악한 환경에서 지금 생각해 보면 수상한 구석이 많다.

     

    우선 내가 부족했던 점을 되짚어보자면,

    • 양파 껍질 벗기는 칼을 양파껍질더미에 휩쓸려 같이 버린 적이 있었다. 내가 양파를 까고 있었고, 양파가 커다란 포대에 쌓여 있었고 나도 벌크로 벗기고 있었다. 양파껍질도 수북히 쌓여서 양손으로 낙엽 모아 버리듯이 한아름 잡아서 버리거나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이용해 쓰레기봉지에 넣었다. 그 과정에서 양파칼이 같이 버려진 것 같다. 아무리 찾아도 안나와서 결국 배달기사분이 철물점에 가서 다시 사 왔다. 내 일급에서 깔 것 같아 각오하고 있었는데(1시간 알바비..) 다행히 공금처리해 주셨다.

     

    • 개수대 하수구를 막은 적이 있었다. 그때그때 음식물을 치워 줘야 하는데 음식 짬을 계속 쌓아두고 있다가(막힐 줄 몰랐다) 그게 망을 지나 하수구 아래로 내려가 관을 막은 것 같다. 사장님이 파이프를 분해하면서 엄청난 욕을 하셨는데 내 잘못이니 군말없이 들었다.

     

    • 원래 설거지 포지션이었다가 딱 하루 서빙 포지션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내가 서빙을 했던 적이 있다. 나는 설거지할 때 후드집업을 입고 꾸미지 않고 다녔는데 그날은 출근하자마자 옷이 그게 뭐냐고 뭐라고 하셨다. 맞다 서빙은 손님과 직접 만나는 포지션이라 정갈하게 입고 와야 하는 걸 간과했다. 그때 포스기 사용법을 대충 알려주셔서 분할 결제도 할 줄 몰라 손님을 당황하게 했었다.

     

     

    고용주 측의 수상한 점 역시 많았다.

     

    • 근로계약서? 쓰지 않았다. 3.3% 세금? 역시 떼지 않았다.

     

    • 휴게시간? 밥 후딱 먹고 일하러 가야 했다. 한 시간 법정 휴게시간은 여기서 적용되지 않았다.

     

    • 매일 아침에 가면 몸이 으스러질 정도로 사장님이 날 꼭 안는 게 루틴이었는데, 그 때는 음식점 주방에서는 이런 게 문화인가보다~ 하고 넘겼지만 그다지 좋은 문화는 아닌 것 같다.. 내 몸을 왜 네가.

     

    • 주방근무다 보니 사장님, 면장님, 나 이렇게 셋이 한 공간에 있었다. 면장님은 조용한 편이셨고 사장님은 어리고 어리버리한 내가 만만하셨는지 이상한 것들을 시키셨다 - 심심하면 노래부르라고 시키셨다. 팝송밖에 부를 수가 없어서 주방에서 에이브릴 라빈 메들리를 열창했었다. 면장님이 중국에서 오셨다고 다음 시간까지 중국 노래를 배워오라길래 초등학교 방과후 활동 시간에 배웠던 반짝반짝 작은별 중국어 버전(지금도 생각난다. 리샨 리샨 량찡찡~ 만 타이 떠우 스 시야오 싱 싱~) 복기해서 불렀다. 지인이 그 소리를 듣고 사장님 미친 거 아니냐고 했는데 그 때는 몰랐다. 지금 보니 지인 말이 맞네.

     

    • 9시 출근 후 10~ 11시쯤? 오픈 준비를 마치고 모여서 밥을 먹었다. 난 주로 짜장밥이나 짜장면을 먹었다. 짜장면을 약간 빨리 꺼내서 면발 끝이 덜익어 밀가루 하얀 부분이 보여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먹고 이따가 속 안좋으면 어쩌지.. 하고 있을 때(일을 제대로 못하고 화장실 들락날락할까봐) 사장님은 걱정하기보다는

    속 안좋으면 좋지~’

    왜요?’ ‘

    밥을 덜 먹으니까!’

    라는 대화가 오간 적이 있었다. 장난이었겠지. 그런데 듣는 사람이 기분이 나쁜 장난은 치지 말아야지.

     

    • 매일 아침 15분은 서비스 타임이라고 845분에 오게 했다(시급 포함시키지 않고 무료봉사). 처음에는 지키다가 나중에는 점점 늦어져서 50~55분에 갔던 것 같다. 왜 늦게 오냐고 욕을 먹었다.

     

    • 배달기사 분들이 나를 엄청 걱정해 주셨다. 원래는 설거지 1/ 전화담당 1/ 양파까기 냉장고 정리 쓰레기 처리 등 잡일 1명 이렇게는 써야 하는데 너는 3인분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또 지금 네 업무강도면 시급 (적어도 8000원? 만원? 은 받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정확한 액수는 기억이 안난다) 더 올려 받아야 한다고. 나도 좀 힘들기는 했지만 무경험 단기 알바생이라 조건이 좀 열악해도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의 최저시급이 5580원이었으니 최저보다는 조금 더 받았다. 

     

    그외에도 자잘자잘한 병크들이 있었지만 이만 줄이겠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뭐 큰일은 없었고 알바해서 여윳돈 만들어 놓으면 좋으니까 했을 것 같지만 지금 와서 하라고 한다면 극구 사양할 첫 알바였다.

    찾아보니 2018년 초까지 후기가 있고 지금은 폐점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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